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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멸종위기 2급, 애기뿔소똥구리와의 만남

  • 기사입력 : 2018.08.09 04:31


[시민기고 손은기]최근 환경부에서 위와 같은 현상공모를 진행했다. 이 공문을 띄우자마자 소똥구리 목격담이 빗발쳤다고 한다. 하지만 전부 소똥구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곤충일 뿐, 제대로 된 소똥구리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을 만큼 흔했던 소똥구리는 이제 파브르 곤충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몸이 돼버렸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소똥구리류는 약 65종으로 기록되어 왔다.(Paik, 1976) 이 65종의 소똥구리류 중에 소똥으로 경단을 만들어 굴릴 수 있는 종은 소똥구리, 왕소똥구리, 긴다리소똥구리가 전부라고 알려져 있다. 이 중에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자연에서 절멸이 됐다고 보고되고, 긴다리소똥구리는 20여년(강원 영월, 2013) 만에 서식이 확인 됐을 정도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경단을 만들어 굴리는 소똥구리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못 볼지도 모른다.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천이 지니고 있는 많은 가치를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 오랜 시간 연천 곳곳을 누비며 조사를 해왔지만, 경단을 굴리는 소똥구리류는 물론,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 조차 만나본적 없었다. 사실 소똥구리 서식여부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다.

2016년 7월 7일, 절친한 친구로부터 사진 한 장을 건네받았다. 사진 속 곤충을 본 순간 나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홍다리사슴벌레 보다 작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뿔을 가지고 있는 종.

‘멸종위기2급 애기뿔소똥구리다!’


실물로는 접해 본 적 없지만, 보호종의 정보를 꽤나 외워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 한 장으로도 애기뿔소똥구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애기뿔소똥구리 수컷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손톱만한 작은 체구에, 강력한 뿔은 어울리지 않는 묘한 매력을 풍겼다. 암컷은 다소 밋밋했지만, 소똥구리과 곤충의 표본적인 생김새였다. 소똥을 굴리는 모습까지 보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다.

이렇게 애기뿔소똥구리를 관찰하며 기뻐했던 것도 잠시, 발견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곤충은 야간인공조명에 유인되는 동물류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분류군인데, 특히 곤충 중에서도 딱정벌레목이 인공조명에 우점 종으로 반응한다고 알려졌다.(참고: 인공조명과 곤충유인특성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이희조)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애기뿔소똥구리 역시, 가로등 불빛에 날아왔다가 물통에 빠져 극적으로 구조가 된 상황이다. 이렇게 불빛에 날아든 애기뿔소똥구리는 로드킬 또는 천적에게 노출될 수 있고, 먹이를 섭취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이날 이후 최초 발견지점 인근에 있는 소 사육 농장과 가로등까지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빠진 개체가 눈에 종종 띄었는데, 모두 안전하게 구조한 뒤 인근 방목장과 야산에 풀어주었다.


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방목하는 소의 수도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소똥구리는 사료를 섭취하지 않으며, 방목돼 풀을 뜯는 소들의 배설물만을 먹이로 고집한다. 소똥구리 삶의 필수요소인 방목하는 소가 사라져가면서 이들을 '멸종'의 길로 내몰았던 것이다. 하지만 긴다리소똥구리나 연천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같은 경우는 소똥과 말똥, 심지어 야생동물의 배설물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다양한 먹이에 적응된 종들만 아직까지 우리 곁에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연천군청 환경보호과 이정민 주무관은“연천에는 500여개의 허가받은 축사가 있으며 비 허가 축사까지 합치면 1000여개의 축사가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방목되어 사육되는 소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애기뿔소똥구리가 관찰된 연천과 제주도, 강원산간지역은 축산업이 굉장히 잘 발달 된 지역이다. 또한 친환경적인 곳이며, 방목돼 풀을 뜯는 소와 말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방목장마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라지고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시대가 바뀔수록, 그에 따른 환경변화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국의 모든 도시를 자연 상태 그대로 보전하자는 주장은 엄연한 욕심이다. 하지만 작은 규모라도 확실하게만 보존해 준다면 애기뿔소똥구리 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손은기>
※ 본 기고문은 연천동두천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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