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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 수레여울(車灘川)

  • 기사입력 : 2020.07.23 17:03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즈음하여

1995년에 발행된 『향토사료집(연천문화원)』 「지명유래」편에는 수레여울에 대한 유래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레여울(車灘, 수레울) : 공굴다리 북쪽, 장진천에 있는 여울. 조선 개국 초 연천읍 현가리 도당골에 은거했던 고려 진사 이양소(李陽昭)를 만나기 위하여 연천으로 친행하던 태종의 어가(御駕)가 이 여울을 건너다 빠졌다하여 ‘수레 여울’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秋雨半晴 人半醉 가을비 멎으면서 반쪽 하늘 개었는데, 사람은 술기운에 반쯤 취했네.
暮雲初捲 月初生 저녁 구름이 걷어지며 초저녁달이 떠오르네.
위 칠언절구는 1800년대 만들어진 『연천현읍지(漣川縣邑誌)』(서울대 규장각 소장) 「총묘(塚墓)」편 ‘이양소 묘’에 기록된 내용으로, 태종 6년(1406) 연천을 방문한 태종이 고려 말 동문수학한 옛 친구 이양소(李楊昭)를 만나 술을 함께 마시며 주고받은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이 때 이양소를 만나기 위하여 거가를 타고 장진천(漳津川)을 건너다 여울에 빠지는데 이 여울이 바로 수레 여울(車灘)이다. 두 사람이 만난 이야기는 조선 영조 때 연천현감을 지낸 신유한(申維翰)의 「청천집(靑泉集)」, 정조 때 홍문관, 예문관 양관의 대제학을 지낸 홍양호(洪良浩, 1724~1802)의 문집인 이계집(耳溪集), 역시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을 역임한 포천 출신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에 조금씩 다르지만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있다. 이를 보더라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후세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태종은 조선 건국 후 개경을 등지고 은둔해버렸던 이양소가 거의 15년 만에 자신 앞에 나타나 준 것이 너무 기쁘고 반가웠다. 두 사람은 고려 우왕 8년(1382) 진사시험에 같이 합격한 사마동방(司馬同榜)이면서도 나이도 동갑(정미생. 1367년생)이었다. 곡산 청룡사와 성균관에서 함께 학문을 연마하다가 의기가 투합하면 개경의 기생집도 함께 다닐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역성혁명의 주역으로 조선의 임금이 되고, 한 사람은 불사이군의 마음으로 산속으로 은둔했다. 태종은 다정했던 옛날을 생각하며 술을 가져오라고 해서 이양소에게 술을 내려주며 함께 마시며 이양소에게 연구(聯句)를 짓자고 제의한다. ‘추우반청(秋雨半晴)~’로 시작되는 태종의 연구(聯句)는 새로운 왕조에 하루빨리 동참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양소의 대구(對句), ‘모운초권(暮雲初捲)~ ’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뜻으로 생각되는데,(필자의 짧은 소견임) 이양소는 대구의 마지막 연(聯) ‘월초생(月初生)’을 읊으며 태종의 제의를 완곡하게 거절한다. 월초생은 송도(松都)의 유명한 가기(歌妓:노래를 잘 부르는 기생)로 이방원이 젊어서부터 가까이한 행희(幸姬:마음드는 여자, 군주의 첩) 그러나 태종이 권력을 잡은 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는지 월초생은 일찍 죽었다. 이양소가 대구(帶鉤)에서 월초생을 언급하자, 태종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이양소의 손을 잡고 거가에 오를 것을 명한다. 이양소가 극구 사양하며 오르지를 않자. 태종은 그 자리에서 이양소에게 곡산부사직을 제수한다. 이양소는 엎드려 절하며 사례를 올리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헤어져 태종은 한양으로, 이양소는 도당골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양소는 곡산부사로 부임한 지 3일 만에 소를 거꾸러 타고 연천 도당골(현가리)로 돌아와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수레여울(車灘)은 우정, 충절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며, 수레여울에서부터 전곡읍 삼형제 바위 앞까지 이어지는 차탄천은 지난 7일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한탄강의 지천으로서 빼어난 명소이다.
이전에는 차탄천 계곡이 험난하여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비경(祕境)으로 남아있었으나 2015년부터 ‘차탄천 에움길’이라는 미명 아래 지속적인 파괴가 이루어져 지금은 본래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근래에는 오폐수차집관로를 설치한다고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동원하여 엄청나게 파괴하더니,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한다고 대형 굴삭기와 20톤이 넘는 카고 트럭이 드나들며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볼 수 없는 경관을 간단없이 망가뜨리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의 무단출입을 방치함으로서, 야영, 낚시꾼들의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어 과연 이곳이 지질명소인가 개탄의 소리가 절로 난다.
차탄천 지질명소의 많은 부분이 파괴된 공사현장에서 엄청난 중장비의 굉음을 들으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공사를 하는 것인지, 연천군에 목 놓아 소리쳐 묻고 싶다.

최병수 <연천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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