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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말뚝이 되어 버린 단풍나무

  • 기사입력 : 2020.03.08 04:48

동두천시 보산주공아파트, '낙엽 떨어진다' 민원에 30년된 단풍나무 44그루 싹뚝

지난 19일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주공아파트에 1990년4월15일 준공 당시 심었던 44그루의 단풍나무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됐다. 단풍나무는 아파트 5층 높이의 크기로 아파트를 아늑하게 감싸주며 주변 소음과 여름철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막이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우거진 녹음과 함께 박새,곤줄박이,쇠박새,진박새,쇠딱따구리와의 소통공간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소속 산불감시 진압요원들이 출동해 가지치기를 한다는 명분으로 30년된 단풍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동두천시 관계자에 의하면 "인근 빌라주민들이 아파트내 식재된 단풍나무에서 담장밖 도로로 낙엽이 많이 떨어져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또한 입주자대표 측에서도 지난 해부터 줄곧 가지치기를 요구해 왔다는 이유로 동두천시 예산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산불감시요원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까지 공공장소도 아닌 사유지역에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무를 수행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에 의하면 가지치기 작업을 위해서는 수백여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체인력으로 최소한의 가지치기 작업이 이루어져 왔으나 이번 같은 규모의 작업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로 가지치기 작업이 강행된 것이다. 시청 담당공무원도 작업현장에 나가 지켜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업자들에게 가지치기를 적정한 수준으로 할 것을 지시했지만 민원을 제기한 당사자가 "가지를 더 자르라는 강한 요구로 거절하기 어려워 이런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아무리 민원이라 할지라도 공적인 영역에서 처리할 것이 있고,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애당초 처리할 수 없는 일을 힘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민원인의 강한 압력으로 처리해 준다면 과연 공정한 사회가 이루어질까? 아파트 입주민들의 대표성이 있다는 사람은 얼마나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을까? 전체 입주민중 몇명이 동의하는지 몇명이 반대하는지 증빙할 수 있는 근거도 없이 주민들의 의견이라며 다짜고짜 목소리만 높여 가지치기를 강행한 것이다. 아마 처음으로 작업하는 일이니 만큼 내년,후년을 대비해 더욱 깊게 잘라달라고 요구하며 그만큼 경제적인 이득을 계산했을 것이다. 더우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통장'이라는 직책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동두천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가지치기의 정도가 심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서명부라든가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곳에서도 아파트내 가지치기를 요청하면 모두 들어줄 것인가? 공공기관이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나쁜 의도를 가진 특정민원인의 편을 들어준다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로 인해 30년 전 아파트가 처음 건설될 때부터 조성한 나무 수십그루가 불과 며칠사이에 무성하던 모습을 잃은 것이다. 나무보호를 위해서는 특정 개인의 욕심으로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낙엽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건너 편 아파트 안에 있는 나무를 가지치기 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도 너무 이기적이다. 이런 분들이 과연 동두천시 조례로 제정된 '내 집 앞 눈 치우기'나 제대로 할지 의문이 간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이로움을 준다. 나무는 우리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맑은 공기를 제공한다. 최근 기후변화에 더불어 도시 열섬 방지, 도시환경 조절, 도시 생태계 연결 역할을 하며, 요즘같이 지구온난화와 황사, 미세먼지가 심각할 때에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허파역할을 하는 나무를 보호는 못 할 망정 훼손할 것인가? 가지치기 문제는 우리 지역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하고 주먹구구식 가지치기가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의 본래 형태를 괴물로 만들고 경관을 훼손하고 도심을 삭막하게 하는 것에 자치단체가 앞장서고 있다. 뒤늦게 서울시와수원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가로수 경관 조례를 제정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정해놓았다. 늦게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최근 SNS상에서 "가로수 가지치기 피해 시민제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147명의 회원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지치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보고만 있던 입장에서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가지치기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통해 구체적인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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