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시의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보존해 평화와 인권, 문화예술로 활용을 주장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 20일 오후4시 동두천시 송내동의 북카페 더불어꿈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 번째 ‘평화시민토론’(주제: 성병관리소의 평화적 전환과 활용)을 마친 뒤, 곧이어서 공대위 출범식이 열렸다. 출범식은 경과보고, 참가단체 소개와 발언, 공동대표 선출과 집행실무자 임명, 끝으로 출범선언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공대위는 출범선언문(이하 ‘선언문’)에서, 지난해 9월 대법원이 ‘미군 위안부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자체가 기지촌 성병관리소를 운영한 것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위안부 여성들이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법원이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또한, 선언문에서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미군위안부를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하여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 수용소로써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라며, 옛 성병관리소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서,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반성해야 할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이기에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크다”라고 보존의 의미를 설명했다.
공대위의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김대용 공동대표는 “출범식에 이어 공대위는 경기도의회, 그리고 전문 학술가들과 함께 6월 말에 ‘동두천시 성병관리소 보존과 기억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여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공익적 가치를 확인하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성병관리소의 공간 활용 전환에 시민 인식과 여론을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대위에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경기여성연대, 두레방, 기지촌여성인권연대, 햇살사회복지회, 여성인권센터 쉬고,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미군기지환수연구소, 파주이주노동자센터샬롬의집, 전교조 동두천양주지회, (사)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과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경기도 또는 동두천시의 시민단체와 여성인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회원은 “출범식 이후에도 공대위에 더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가 보존되어 평화적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출범선언문
“우린 태어난 이 나라에서 버려졌습니다. 우리나라가 개입하여 만든 기지촌 거기서 우리는 폭력과 갈취, 이용만 당했습니다. 아무도 우리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기지촌을 들어가게 만든 직업소개소와 포주를 다 묵인해주었습니다. 성병 검진은 미군을 위해서 한 거지 우리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닙니다.”
소요산 초입, 동두천시 상봉암동 8번지에는 미군위안부 여성들이 ‘낙검자수용소’로 부르던 곳이 있다.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나서서 미군위안부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민간외교관’이라 추켜세우며 성매매를 독려했다. ‘깨끗한 몸’을 미군에 제공하기 위해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던 ‘낙검자수용소’의 정식명칭은 ‘성병관리소’이다. 경기도 여러 곳에 있었지만, 다 없어지고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2014년 6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 생존자 122명은, 미군위안부 제도의 국가 책임을 규명하고자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과정에서 미군위안부 제도의 역사적 사실과 그 피해를 명확하게 밝히고, 국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소송 기간은 계속 길어져서 1심 판결이 2017년 1월에, 항소심인 2심 판결은 2018년 2월에, 최종심인 대법원은 소송이 시작된 지 무려 8년만인 지난해 2022년 9월 29일에야, 기지촌 성병관리소를 운영한 것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위안부 여성들이 그 폭력의 피해자라고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었으나 반인권적인 성병관리소의 폭력적인 실태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특히. 광역시도 가운데 한국전쟁 발발 이후 미군 기지촌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경기도는 총 6개 지역에서 성병관리소를 운영하였다. 그중에서도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미군위안부를 강제 감금하고 페니실린을 과다 투약하여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한 수용소로써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미군위안부 여성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지난해 9월에 대법원에서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국가의 책임을 최종인정하는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이 나왔지만, 아직 중앙정부나 국회에서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지원과 같은 책임 있는 대책이나 법률안의 입법이 없다. 또한, 기지촌 여성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이미 있는 경기도는 대법원 소송 중이라며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려는 조치를 미루더니, 대법원판결 이후에도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조례’에 따른 경기도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이러는 동안 올해 2월 동두천시는 해당 용지를 매입한 뒤에 현재 추진 중인 ‘소요산 관광지 확대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해당 용지를 개발하기로 하고,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 발전방안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거쳐 활용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가 기구가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인권을 짓밟은 현장으로써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인 성병관리소를 철거하려는 당국의 내심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은 지워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역사이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은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기지촌 여성의 역사를 ‘망각’하려고 노력했고 그 역사의 진실에 침묵했다. 그렇게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진실은 사라질 뻔했다.”
동두천시의 성병관리소가 보존됨으로써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이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고 배우며,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오늘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은 망각의 물줄기 흐름을 바꾸는 첫걸음임을 선언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당국에 요구하면서 결의를 다진다.
1. 동두천시는 역사적인 건물인 성병관리소가 역사, 평화와 인권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온전히 보존하라.
2.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 수립용역’을 진행하는 사항에 공대위와 시민들의 의사가 실제 반영될 수 있게 하라.
3. 경기도는 조례에 따라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인권을 보장하라.
4. 중앙정부는 기지촌 미군위안부 여성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라.
5. 국회는 계류 중인 특별법 ‘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제정하라.
우리는
- 성병관리소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모아 공유한다.
-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의미와 보존 가치를 발견하고 주변에 알린다.
- 성병관리소의 보존을 위한 행동에 참여한다.
- 성병관리소 건물의 보존 이후 활용 방법을 찾아낸다.
- 성병관리소 보존을 위한 행동 방법 및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한다.
2023년 5월 20일
동두천시성병관리소보존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
< 참가 단체(무순) >
두레방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사)햇살사회복지회
경기여성연대
경기중북부환경운동연합
여성인권센터 쉬고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미군기지환수연구소
파주이주노동자센터샬롬의집
전교조 동두천양주지회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사)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